오쿨루스와 같은 심안
: 우리 시대 시와 문화에 관한 비평의식 담아
오쿨루스(ócŭlus). 라틴어로 눈(眼), 시력, 관찰력이란 뜻과 함께 심안(心眼)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로마 판테온의 돔 정상부에 있는 원형의 개구부로 우주를 뜻하는 돔과 함께 태양을 상징한다. 창문이 없는 판테온은 오로지 오쿨루스를 통해 들어오는 빛으로 내부를 밝힌다. 모든 예술은 벙어리라는 노드롭 프라이의 오래된 명언을 떠올린다. 비평은 작품의 입이 되어 무명의 어둠을 밝혀주는 작업이다. 그러기 위해서 오쿨루스와 같은 심안을 얻어야 할 것이다. 작품 속 캄캄한 우주를 밝히는 한 줄기 빛은 비평의 눈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평론집의 제목을 ≪비평의 오쿨루스≫라 명명한 것이다.
인생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결국 깊이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것을 끌어안고 뒹굴고 아파하다가 결국 도달한 웅숭깊은 심안(心眼)의 경지 말이다. 그 지평을 얻기 위해 이렇게 말을 쏟아내고 있는 모양이다. 햇수로 7년 동안 쓴 평문들을 모아 본다. 다시는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사방에 흩어져 있던 알곡들을 거두어들이는 것도 글밭을 매는 이의 의무라는 생각이 들어 되처 부질없이 낱장들을 엮는다.
이번 평론집엔 시의 본질적인 물음에 답하고자 노력한 제1부 ‘시안(詩眼)을 벼리는 눈’, 전통적인 시인론과 작품론에 해당하는 제2부 ‘서정을 읽는 눈’과 함께 문학판에 대한 일갈을 담은 제3부 ‘문학장(場)을 읽는 눈’, 당대의 사회문화적 현상에 대한 해석을 담은 제4부 ‘문화를 읽는 눈’을 덧대어 기존의 문학평론의 시각을 확대해 그 외연을 넓혀 보고자 하였다. 장광설로 혹은 잡설로 여겨질 수 있는 글들 속에서도 필자의 비평의식을 당신의 마음의 현을 살짝이라도 건드릴 수 있다면, 이 부질없는 일에 조금의 위안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