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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가는 길

결혼식 가는 길

  • 존 버거, 김현우 옮김
  • |
  • 열화당
  • |
  • 2020-09-25 출간
  • |
  • 204페이지
  • |
  • 140x220mm/265g
  • |
  • ISBN 9788930106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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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고리노로 향하는 순례길

아테네의 성당 근처 시장에서 타마〔tama, 그리스 정교에서 기적이나 도움을 기원하며 교회에 바치는 편액(扁額)〕를 파는 눈먼 상인이 있다. 그는 ‘양치기’라는 뜻의 ‘초바나코스’라 불린다. 어느 날 몸이 ‘전부 다’ 아픈 딸을 위해 타마를 사려는 장 페레로가 다가온다. 아버지와 여행 중인 딸 니농도 옆에 있다. 그 둘은 점차 소리와 냄새로 속삭이더니, 마치 꿈속처럼 모든 것을 들려준다. 소설은 그들을 지켜본 초바나코스가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로 구성된다.

프랑스 쪽 알프스 산맥 모단에서 철도 신호원으로 일하는 장 페레로는 이십여 년 전 즈데나와 결혼해 딸 니농을 낳았다. 프라하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던 즈데나는 ‘프라하의 봄’ 이듬해인 1969년 파리로 망명했고, 그르노블의 이민자 모임에서 장을 만났다. 니농이 여섯 살 되던 해 프라하 시민들이 인권과 시민권을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국으로 떠나 결국 돌아오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 이탈리아 모데나로 거처를 옮긴 니농은 베로나에서 지노라는 청년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어느 날 입술에 난 상처가 아물지 않아 찾아간 병원에서 에이즈라는 선고를 받고, 몇 해 전 하룻밤을 보낸 남자에게 옮은 것임을 직감한다. 그녀는 자신의 병을 알리고 지노와의 만남을 거부하지만, 그는 곁을 떠나지 않고 오히려 청혼을 한다. 장은 모단에서 오토바이를 몰고, 즈데나는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에서 버스를 타고 딸의 결혼식이 열리는 베네치아 남쪽 시골 마을 고리노로의 긴 여정에 오른다. 그 여행길은 우연한 만남과 대화, 깊은 연민과 눈물로 채워진다. 그들과 모든 순간을 함께하는 눈먼 타마 장수는 ‘결혼식 가는 길’의 종착지에서 슬프지만 행복한 사람들의 축제를 밤새 지켜본다.

이처럼 줄거리는 제목 그대로 단순하다. 하지만 존 버거 특유의 화법이 그렇듯, 이야기는 시간 순으로 흐르지 않는다. 화자인 타마 장수의 시선으로 등장인물들(주로 장, 즈데나, 지노)의 과거와 현재가 불규칙하게 나열되고, 중간중간 니농의 목소리가 일인칭으로 들려온다. 어떤 장소에선 지나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갑자기 끼어들기도 한다. 또 보통 소설이 결말을 나중에 보여주는 것과 달리 시작부터 니농의 불운을 드러내고, 거창한 서사도 인물의 복잡한 심리 묘사도 없다. 그저 처해진 운명을 향해 걸어가는 인물들의 상황과 대화를 있는 그대로 흩뿌려 놓는다. 마치 말하고 싶을 때 말하도록 내버려 둔 것처럼, 목소리가 들려오면 들리는 대로 귀 기울인 것처럼.

 

실패한 역사의 미래

소설의 배경은 냉전이 끝나고 정치적 긴장감이 완화된 1993년쯤이다. 유럽대륙 양쪽에서 각기 국경을 넘어 목적지로 향하는 장과 즈데나의 여행길에서 존 버거는 인물들의 입을 빌려 세기말의 암울한 현실을 드러낸다. 브라티슬라바에서 『1947년부터 현재까지 정치 용어 사전 및 용례』 만들기에 몰두하는 즈데나는 버스 옆 자리에 앉은 남자에게 자신이 믿었던 역사의 실패를 비판한다. “공산주의는 죽었다고 사람들이 말하지만, 실은 우리가 자신이 없었던 거예요. 두려워할 게 아무것도 없지만, 모든 것을 두려워하는 거죠.” 과거 체제에서 ‘슬로바키아 백과사전’의 책임편집자였지만 지금은 택시 기사로 일하는 남자는 새로운 미래로 데려다줄 고속도로라 믿었던 역사가 지난 이 세기 동안 우리를 절벽 끝으로 내몰았다고 말한다. 이제 노예제도 없고 사람들은 훨씬 오래 살고 달까지 가지만 우리가 얻고자 했던 미래는 지금 어떤 모습인가.

반대편에서 오토바이로 이동하는 장은 포 강(Po River)을 따라 이탈리아 곳곳을 경유하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도시와 자연을 가까이 들여다본다. 토리노 선착장의 한 여인은 포 강을 가리키며 ‘너무 더럽고 오염되었다’고 한탄하고, 도로의 거대한 광고판 글자들은 제품이나 서비스, 즐거움을 약속하며 수 킬로미터에 걸쳐 이어진다. 강가에 아지트를 둔 십대 소년들은 돈을 벌기 위해, ‘이 지구에서 살아남기 위해’ 컴퓨터 해킹을 한다며 자랑인지 변명인지 모를 말들을 늘어놓는다. 텔레비전에서는 가난한 소작농 집안의 아이가 납치되어 장기 밀매업자에게 신장을 탈취당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오고, 식당의 취객은 고통 받는 사람은 불량품이고 고통을 주는 사람이 주인이니, 살아 있으려면 주인이 되라고 주절거린다. 이십세기가 저물어가는 현대 도시에서 시골 마을로의 여정은 니농의 부모 세대가 꿈꿨던 역사, 그 실패한 미래의 단편들을 사진 찍듯 그대로 보여준다.

 

두려움이 만들어내는 증오

타인을 향한 혐오와 낙인찍기도 커져갔다. 사람들은 에이즈 환자인 니농에게 서슴없이 욕설을 퍼붓고 경멸의 눈초리를 보낸다. 그녀는 절망한다. “누군가의 모든 걸 사랑한다는 말이 있죠. 그 사람들은 모든 것을 미워했어요. 하나도 남기지 않고.” 증오는 두려움에서 기인한다. 두려움이 연민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지만 그건 진정한 연민이 아니다. 에이즈 환자에겐 완전한 실패와 패배감에서 오는 고통이 몸의 고통보다 더 크다. 이런 고통은 사람을 고립시키고 마비시킨다.

지노의 아버지 페데리코 역시 처음엔 결혼을 필사적으로 말리고 니농을 살해하려는 생각까지 한다. 하지만 더 이상의 고통조차 들어갈 자리가 없어 보이는 그녀의 눈을 마주하고 체념해 버린다. 평생 고물상으로 일했던 그는 지노에게 말문을 연다. “사람들은 모든 걸 섞어 버리지. 모든 걸 같은 장소에 던져 버리잖아. 그렇게 쓰레기가 쌓이는 거지. 쓰레기 같은 건 없다. 쓰레기는 우리가 물건들을 버리면서 만들어내는 혼란일 뿐이야.” 어떤 금속이 존재하는 이유를 묻지 않는 것처럼, 니농의 존재, 그녀를 향한 아들의 사랑을 부정할 수 없음을 인정한다. “너는 바이러스가 아니라 한 여인과 결혼하는 거야. 고철이 곧 쓰레기는 아니다, 지노. 그 아가씨랑 결혼해.”

장은 헤어지려는 니농을 배에 태우고 포 강의 물살을 거슬러 노를 저으며 단호히 말한다.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면 될지를 보여 주려는 거야, 자기랑 내가.” 그렇게 니농은 살아남기로, 두번째 삶을 그와의 결혼으로 시작하기로 마음먹는다.

 

패배를 거부하는 절망

존 버거는 세상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절망적이지만, 그건 세상 자체가 아니라 삶이 돌아가는 방식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잘못된 방식을 바로잡고, 절망 앞에서 패배하지 않는 법을 알려 주기 위해 글을 쓴다. 즈데나와 동석한 택시 운전수는 이 방법을 비교적 직설적으로 말하는 임무를 작가에게서 부여받은 듯하다. 딸의 운명에 눈물을 흘리는 즈데나를 위로하며 그는 담담히 말한다. “한때는 누구나, 나이 든 사람이든 젊은 사람이든,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그걸 당연하게 생각했어요. 삶은 고통스럽고 위태로웠죠. …절망은 익숙한 거예요. …하지만 희망이 없는 건 아니에요.” 그녀는 낯선 남자가 자신의 슬픔에 다가오게 하고 안도감에 미소 짓는다. 하지만 이미 니농은 즈데나보다 더 강인 인내심을 타고났는지 모른다. 그녀는 지노를 만나기 직전 한 전시장에서 정면을 응시하는 이집트 조각상을 관찰하고 이렇게 확신한다. “그들은 앞으로 나아가는 거예요. …이집트에서는 뒤돌아서는 일이 없어요. 떠나는 일도, 헤어지는 일도 없죠.” 니농의 눈은 그런 것들을 알아볼 줄 알았다.

길 위의 사람들도 목소리를 보탠다. 오염된 포 강을 두고 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건 충분하지 않으니 뭐라도 계속 해야 한다는 여인, 사악함 빼고는 세상 모든 것은 아름답다고 하는 소년 해커까지, 모든 인물들은 각자의 이유로 절망 앞에 놓이지만 또 나름의 방식으로 그에 맞서는 무기를 품고 있다. 이런 인내심은 함께하는 사람의 마중물로 끌어내지기도 하고 스스로의 기도로 커가기도 한다. 심장이 새겨진 양철 타마, 도로변의 작은 성모 제단, 지빠귀 소리를 내는 피리, 여왕처럼 만들어 주는 향수, 금도금을 한 거북이 반지 등, 작은 사물들마저 인내와 희망의 부적이 되어 그들을 지켜준다.

 

보이지 않는 목소리로 만든 타마

소설은 이처럼 절망과 희망을 오가며 한 편의 순례기나 서사시처럼 흘러간다. 그리스 상인이 전체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설정은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인 호메로스나 비극시인 소포클레스를 떠올리게 하고, 그가 ‘양치기’라 불리고 눈이 멀었다는 점에서 그리스 신화 속 예언자 테레시아스를 연상시킨다. 존 버거는 언제나 작가가 아닌 ‘이야기꾼’으로 불리길 원했고, 그가 이런 소설적 장치를 선택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문장의 시제 역시 과거, 현재, 미래가 혼재되어 있어 화자의 이야기가 실제인지 꿈인지 상상인지 예언인지 명확히 알 수 없다. “고리노에서의 결혼식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야기의 미래는, 소포클레스가 알고 있었듯이, 늘 현재에 있다.” 결혼식이 실제로 열렸는지, 눈으로 무엇을 보았는지는 여기서 중요하지 않다. 눈먼 초바나코스의 이야기는 존 버거가 평생 시각적인 것에 몰두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보이지 않는 것’에도 귀 기울였음을 상징한다. 어쩌면 이 책은 존 버거가 세상의 무수한 목소리를 듣고 써 내려간, 절망에 지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타마 그 자체일지 모른다. 작은 목소리들이 모여 완성한 이 합창의 타마를 지금 여기에서 우리 각자의 목소리로 계속 이어나가길 바라면서.

 

※ 편집자 추기: 이 소설의 배경인 1990년대는 에이즈 치료제가 지금처럼 개발되기 전이어서 병의 진전 속도와 증상이 심각하게 묘사되어 있다. 등장인물들의 반응과 공포 역시 그러하기에, 내용 소개도 그 시대 상황을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었음을 밝혀 둔다. 이제는 약을 복용하면 사실상 만성질환 정도로 관리되고, 일상생활에서는 전염되지 않는다고 의학적으로 밝혀져 있다. 안타깝게도 일반인들의 인식은 삼십 년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 역시 사실이다. 이 병에 대한 오래된 선입견과 막연한 두려움으로 환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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