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비평은 이론과 실제가 어우러진 다각 도형과 같은 분야다. 우선 무용이론 중에서 비평론뿐 아니라 역사, 미학, 안무법, 기능학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깔고 있어야 한다. 무용예술이 다른 예술에 비해 사조적으로 늦게 개화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문학, 미술, 음악, 연극 등 주변 예술의 흐름에 대해서도 폭넓게 인지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실제와 접목시킬 수 있어야 하는데, 찰나에 소실되어가는 공연 현장을 순간적으로 잡아내어 판단하는 능력이나 지면에 생생하게 옮겨 놓는 글쓰기 능력이 요구된다. 무용예술에서는 다른 분야처럼 ‘상용화’된 기보체계(미술-원본, 음악-악보, 연극-대본)를 찾기 힘듦으로 역사적으로 무용비평의 중요성과 영향력이 부각되어 왔다. 막중한 임무를 수행해야할 무용평론가에게 무용비평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중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본 저서에서는 무용비평의 특질들을 반영하여 이론적이고도 실제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제시하고자 한다.
더 나아가, 무용비평은 무용예술에 대한 본질적이고 포괄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할 때 최상의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저서의 감상 부분에서는 무용비평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무용예술의 경향과 흐름을 망라하며 소위 말하는 대가의 위치에 오른 무용가들과 명작의 대열에 오른 작품들을 선별하여 소개하였다. 실제적인 감상이 가능하도록 널리 알려져 있고 내한한 바 있으며 영상매체로 출시된 무용작품들을 위주로 논의를 전개하였다.
최근 무용이론가나 무용애호가들 사이에서 현장 평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비평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 없이 그릇된 접근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은 안타깝다. 현장 평론의 화려함은 단지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본연의 임무는 사명감과 인내심을 갖고 무용예술을 진지하게 관찰하고 판단하여 이를 글로 옮기는 것이다. 비평의 근본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않은 채 그 영향력만을 추구하는 것처럼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일은 없다. 이와 더불어, 비평이 학식을 과시하거나 명성을 쌓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때, 경쟁적이고 편협한 성질을 드러내는 도구로 전락할 때, 그 가치는 현저히 떨어질 수밖에 없다. 비평은 ‘예술을 위한 비평’이 되어야 하며 이외에 다른 목적으로 오염돼서는 안 된다. 이에 대해 본문에서 한 구절을 인용해 본다.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무용평론가라면 무용예술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전제로 하여 무용 그 자체를 위한 비평을 추구해야 하며 그 밖에 다른 목적을 위해 비평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그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다.
본 저서 『무용비평과 감상』은 무용비평과 감상에 대한 이해를 돕는 교재로서 심층적이고 실용적인 관점에서 논의를 전개하였다. 가장 표준이 될 수 있을 만한 내용을 싣고 있으므로 관련 학과의 대학과 대학원 교재로서 가치를 지니리라 본다. 더 나아가 평론가를 목표로 하는 이들에게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할 수도 있겠다.
저서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비평적 논의는 『무용비평이란 무엇인가』(삼신각, 2004)의 상당부분과 『서양 무용비평의 역사』(삼신각, 2001)의 일부를 수정 및 보완한 것이며 감상적 논의는 『춤을 빛낸 아름다운 남성무용가들』(북쇼, 2011)을 비롯하여 평론집 『21세기 전환기의 무용 변동과 가치』(현대미학사, 2007), 『21세기 춤 예술』(북쇼, 2012), 『춤의 잔상 그리고 무용가들』(북쇼, 2013) 그리고 비평에세이 『뉴욕에서 무용가로 살아남기』(북쇼, 2010)에 실린 평문들에 근거하여 저술한 것이다. 보다 자세한 선행자료들은 맨 뒤에 목록을 적어 놓았다.
이번 개정판에서는 내용 곳곳에 수정 및 보완이 이루어졌는데 무용비평에서 대두되는 이슈들, 21세기 한국 무용예술의 흐름, 컨템포러리댄스에 대한 소개 그리고 예시가 되는 평문들에 있어서 수정 및 보완이 두드러진다. 특히 3부 심화에서는 비평적 강의와 연구에 도움이 될 만한 논고들을 다수 수록하였다.
2020년 10월 저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