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여전히 ‘말’해주지 않고 ‘야옹’만 하지만
괜찮아. 내가 네 모든 ‘야옹’을 차곡차곡 모아둘게. 널 단단히 기억할게.”
13살 노묘를 키우는 냥집사의 ‘세상에 하나뿐인 내 고양이’ 관찰만화
생후 10일 경에 손바닥에 쏙 들어오는 아가냥으로 가족이 된 유기묘 ‘긴’인데, 어느새 10살이 훌쩍 넘었다! “귀여워!”만 수없이 연발하며 행복하게 지내다가 문득 내 고양이가 늙어간다는 사실을 깨달은 냥집사 ‘나’. 말은 나누지 않아도 충분히 소통하며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덜컥 겁이 났다.
“네 몸짓, 눈빛, 숨결, 감촉이 영영 기억나지 않으면 어쩌지? 너의 언어들은 눈으로 보이는 것들인데, 말로 적을 수 없어서 어느 날 네가 보이지 않는 순간 다 없어지면 어쩌지? 그래서 너를 영영 잊어버리면, 잃어버리면 어쩌지?”
그래서 그림 그리는 젊은 아티스트 ‘나’는 특기를 살려 ‘긴’의 언어들을 그림으로 남기기 시작했다. 긴이 9살 무렵(2014년)부터 시작된 만화 형식의 일기가 바로 《나의 긴 이야기》다. ‘나’의 트위터(@misuzuoyama)에는 오늘도 ‘긴’의 언어들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
세상 모든 냥집사가 공감할, 섬세한 반려묘 언어 기록일기
일본의 젊은 아티스트 오야마 미스즈의 첫 책
《나의 긴 이야기》는 묘한 책이다. 무심한 듯 담백한 그림체와 글인데, 아티스트의 예민한 감성이 섬세한 순간들을 포착해냈기에, 어느새 마음이 몽글몽글하고 뭉클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의 고양이가 고개만 갸웃해도, 앞발만 들어도, 하품만 해도 “꺄~” 소리를 연발하며 귀여워 어쩔 줄 몰라 하는 여느 냥집사들의 일기 같으면서도, 대단히 다르다.
한밤중에 문득 깨서 긴의 오르락내리락 하는(숨을 쉬는) 따뜻한 배를 확인하고서야 다시 잠자리에 들고(<벌써 열 살>), 상자에 들어가서 눈을 맞추는 긴에게서 ‘나와 긴의 대화가 몽땅 상자에 담겼음’을 느끼거나(<고양이와 상자>), ‘야옹’ ‘냐옹’ ‘냥’ 소리를 구분한다고 자부했다가 문득 ‘긴의 바람을 제대로 들은 건지’ 속상해지고(<바람>), ‘공간’의 냄새를 맡고 ‘햇볕’에 취하는 긴의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 세상과 얼마나 다를지 그려보고(<산책>), 아픈 날 곁에 있어주는 긴이 애틋하다가 언젠가 긴이 없을 나날이 떠올라 몰래 울고(<삐끗한 날>)……. 애묘인뿐만 아니라 누구나, 마음속에 소중한 대상을 품고 사는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따듯한 만화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