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무엇이며,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은 어떻게 다른가? 자연 사물의 본모습은 무엇이고 이것은 무슨 방법으로 드러나는가? 마음과 사회의 본모습은 무엇이고 이것은 무슨 방법으로 드러나는가?이 책은 이 물음에 답을 한다.
글쓴이는 ‘과학에 이르는 방법’ 곧 과학 방법을 크게 추론, 측정, 해석으로 나눈다. 추론은 모든 과학이 함께 쓰는 방법이다. 측정은 사물의 물성을 알아내는 과학 방법이다. 자연과학은 주로 측정의 방법으로 믿음직한 믿음을 얻는다. 만일 과학 방법에 추론과 측정밖에 없다면 사람을 다루든 사회를 다루든 인문사회과학은 자연과학의 모습을 띨 수밖에 없다. 인문사회과학의 고유방법이 있어야 하겠는데 그것은 해석의 방법이다. 해석은 사물의 심성을 알아내는 과학 방법이다.
2013년 SBS에서 방영한 《별에서 온 그대》의 천송이는 이 책 글쓴이의 논문을 표절했다. 이에 도민준은 천송이에게 이렇게 말했다. “첫장의 개론은 1999년 논문 ?데이빗슨의 심리철학과 해석론을 중심으로 본 사유의 조건으로서 사랑의 원리?를 그대로 베꼈네요. ‘사랑은 옵션이 아니라 조건이다. 심적인 것의 본성이다’라는 문구까지 그대로.” 천송이가 표절한 이 문구는 이 책의 핵심 주장 가운데 하나다.
이 책에는 ‘사람’을 제대로 바라보는 시각이 들어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다른 까닭은 그들이 다른 신경과 다른 유전자를 가졌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 까닭은 그들이 다른 믿음과 다른 바람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방탄소년단이 노래했듯이 한 사람 한 사람은 작은 세계며 작은 우주다.
“한 사람에 하나의 역사, 한 사람에 하나의 별, 칠십억 개의 빛으로 빛나는 칠십억 가지의 세계.”
만일 자연과학만으로 한 사람을 알아내려면 자연과학자는 그를 유전자, 신경, 세포, 호르몬 따위로 하나하나 쪼개 그것들의 물성을 측정하고, 그 물리 어휘들로 그 한 사람을 기술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 한 사람을 하나의 세계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매우 복잡한 하나의 물체로 만드는 일이다. 이것은 자연과학이 사물을 기술하고 이해하는 방식이다.
인문사회과학은 한 사람을 이해하려고 그를 해석한다. 그를 제대로 해석하려면 그가 겪었던 일, 그가 뜻을 갖고 했던 일, 그가 만난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를 살펴보아야 한다. 인문사회과학자는 이 해석을 거쳐 그 한 사람 안에서 끝없이 이어지고 끝없이 서로 맞물린 명제들의 짜임을 본다. 그는 이런 명제를 믿고 그런 명제를 바라고 저런 명제를 두려워하거나 뉘우치거나 아쉬워한다. 너는 나와 영원히 다르며, 나는 너를 영원히 파악하지 못하고, 나는 너를 영원히 사로잡을 수 없다. 해석은 이것을 알아가는 기나긴 과정이다. 이 해석으로 너는 나와 다른 세계로 드러나며, 이윽고 한 사람 한 사람이 하나의 세계로서 나타난다. 너는 한결같은 이라기보다 사랑스러운 이며 사랑하는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