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을 읽는 분에게 |
《수호지水滸誌》는 중국 명明나라 때에 엮어진 장편 역사소설로 《삼국지》, 《금병매》, 《서유기》와 함께 중국4대 기서四大奇書의 하나이며, 중국 고전 문학의 정수精髓로 알려져 있다. 이 《수호지》는 북송北宋 말기에서 남송南宋 초에 걸친 이야기로, 사람들에게 애호를 받는 소설 중의 하나이다. 중국의 고대소설이 대개가 그렇듯이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는데, 《수호지》의 주인공인 송강宋江의 이름은 《송사宋史》에서 볼 수 있고, 영웅 호걸들의 이름도 각기 가차명假借名의 방법으로 실제의 인물이었음을 알 수가 있다. 때문에 이 《수호지》의 내용은 단순한 전기傳奇나 영웅담이 아닌 사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남송 때에 와서 중국은 북방의 이민족에게 나라의 대부분을 빼앗기게 되었다. 백성들은 오랑캐의 손에서 나라를 건져줄 영웅이 나타나기를 고대하였으나, 정치는 부패하고 사방에서 도둑의 무리가 일어나 백성들을 괴롭혔다. 그러므로 이들 백성에게 그다지 멀지 않은 과거의 송강과 같은 호걸이 힘없는 백성들을 위해 고약한 관원들을 무찔러 “불의를 치고 사방의 도둑을 평정했다”는 이야기에 그를 추모하는 말을 보탠 이것만으로도 어지러운 세상에 다소의 위안이 되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남송 말엽에 와서는 소위 강석사(講釋師, 이야기꾼)들에 의해 입에서 입으로 이 이야기가 전해지고 고여高如 이숭李崇 등에 의해서 책으로 기록되었다고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지 않다.
오늘날 전해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문헌으로는 《대송선화유사大宋宣和遺事》로 그곳에 ‘수호’의 이야기가 간략히 나와 있다. 물론 현재의 《수호지》에 비하면 세부적인 내용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이야기의 골자는 같다.
또한 명나라 초에 주헌왕周憲王이라는 사람이 ‘수호’와 관계되는 희곡을 두 가지 남겼는데 그 내용 역시 《수호지》와는 많이 다르다.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 보건대 남송에서부터 명나라 초기에 이르기까지 현재의 것과 같은 형태의 《수호지》는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 같다. 때문에 《수호지》가 나오기 이전에는 아마도 많은 단편적인 《수호지》가 있었으며, 이것을 모아서 오늘날과 같은 《수호지》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보는 학자들도 있다. 이러한 단편적인 ‘수호’의 희곡과 《수호지》들을 정리한 대표적인 사람으로 시내암과 나관중을 들고 있으며, 혹자는 나관중을 작자로 보거나 혹자는 시내암을 작자로 보고 있어서 의견이 분분하지만 시내암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수호지》의 내용은 북송 때 회남의 큰도둑 송강 등 모두 108명의 영웅 호걸들이 산동의 수장현壽張縣 동남쪽 양산梁山 아래에 모여 의義를 행하는 것을 줄거리로 하고 있다.
《수호지》는 여러 종류의 판본이 있지만 크게 100회본, 120회본, 70회본 등 3종으로 나누어진다. 100회본은 지금 전해지고 있는 판본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고, 120회본은 100회본에 20회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보충한 것으로 16세기 말엽에 나왔으며, 70회본은 1640년대에 김성탄金聖嘆의 이야기의 후반을 다듬어 개작한 것으로 그 후에는 주로 이 판본이 유포되었다. 일찍이 김성탄은 《수호지》를 《장자》, 《이소離騷》, 《사기史記》, 《두시杜詩》와 더불어 ‘천하 제5재자서天下第五才子書’로 칭하였고 “천하에 문장이 ‘수호’보다 나은 것이 없다”라고 극찬하였다. 여기에서는 120회본을 토대로 하여 일반 독자에게 그다지 흥미가 없다고 생각되는 대목은 크게 압축하고 그 대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되도록 살려서 번역했다.